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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형아

병원에서

안녕하세요. 따사모 가족 여러분

 

오랜만에 글을 남기네요. 마지막으로 봉사 나간지가 이젠 기억이 가물 할정도니..이젠 오랜만에 나간다 해도 절 기억해줄 사람이 없을거 같아서 왠지 허전한 마음도 들거 같네요.

  

사실 저에게는 장애인 형이 있습니다.

정신 지체 장애 인데 1년 전부터 틱 장애가 왔습니다. 보통 10세 미만 아동에게 오는 장애인데 저희 형에게도 왔습니다.

근육 신경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장애인데 지금 저희 형은 혼자 밥을 먹지도 옷을 입지도 못할 만큼 틱장애가 와 있습니다.

그래서 주말 마다 시간이 날 때 본가에 가서 형 목욕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가족은 형이 이만큼이라도 건강한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에게 특별한일이 생겼습니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도 힘들 만큼, 팔 다리가 쉴새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형이 선택한 것은 집에서 엎드려(기어) 다니는 것이 였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나마 몸을 추스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겁니다.

 

바로 무릎관절에 물이 차기 시작한거 였습니다. 하루 종일 심하게 몸을 흔들다 보니 살은 계속 빠져가는데 무릎만은 물이 차서계속 퉁퉁 부어 오르는 것 입니다

 

회사 일로 계속 바쁘던 저는 한달만에 집에 가서 형을 데리고 목욕탕을 갔는데 형의 다리를 보는 순간 그만 아무 말 못하고 멈쳐 버렸습니다. 부모님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형을 두분이서 감당하기 힘드셨겠죠. 어머니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

 

월요일 급하게 휴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작은형을 데리고 도시에 있는 큰 병원에 갔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은 촌에 있어서 큰 병원을 갈려면 1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나가야 합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그 인근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여기 종합 병원으로 와서 그런지 무척 사람이 많더군요. 순간 예약을 하지 않고 와서 많이 기다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그러나 급하게 나오느라 예약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먼저 정형외과로 가서 진료 접수를 하니 먼저 X-ray를 찍어 오라고 영상실로 보내더군요. 그리고 간호사가 하는 말이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오래 기다리셔야 할 거에요.

 

그때부터 저와 형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희 형은 틱 장애 때문에 일반인이 앉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상당히 힘듭니다. 병원에 오는 동안 차안에서 거의 누워 있다 싶이 왔는데, 막상 병원에 오니 장애인이 편히 있을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형에게 병원에서 보내는 10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건 당연한 거겠죠.

 

영상실 앞에서 저는 형이 힘들어 하는걸 보면서 마음이 아펐습니다. 그래서 영상실 촬영하시는 분에게


"저희 형이 장애인이신데~ 죄송하지만 먼저 좀 할 수 없을까요?"

"여기 다 줄서서 기다리시는 분 보이지 않으세요?"

"네 압니다. 그러나 저희 형을 보세요. 혼자 몸을 가눌 수가 없는 분이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건.."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처음엔 형도 괜찮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 했습니다.견디기 힘들겠죠. 몸이 계속 움직이니, 잠시 누워 실수 있는 곳 조 차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 X-ray를 찍고 다시 정형외과 대기실로 가니 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다행히 구석진 곳에 자리가 비어 있어서 형이랑 나란히 앉았습니다. 형의 등과 이마는 이미 땀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힘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나 형에게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계속 접수처 간호사분들께 사정을 말씀 드리고 빨리 볼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렸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있는 간호사에겐 저의 얘기가 그저 저 많은 사람들 중에 한사람의 하소연 처럼 들리겠죠.

 

순간 저는 그들에게 장애인이 무슨 감투라도 쓴 것처럼 왜 이러냐고, 오해 할까봐 이내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형은 더이상 견디기 힘들었는지 거친 숨을 내쉬면서 제 손을 꼭 잡더군요.저는 무언가 해야만 했습니다. 이대로 형이 힘들어 하는걸 계속 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다시 접수처로 가서

 

"죄송한데요. 저희 형님이 장애인이라서 여기 일반 의자에 앉자 있는게 힘드세요."

"정말 죄송하만 저희 형님 먼저 진료를 받으면 안될까요?"

"죄송합니다. 여기 오신분들도 다들 기다리시는데 장애인분이라고 해서 특별히 봐드릴 수가 없네요."

"네 저도 압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 대충이라도"

"한 2시간 정도는..."

"네?..."

발길을 돌려 형이 앉아 있는 곳을 바라 보는데 그곳에 너무나 힘들게 앉아 있는 저희 형을 보면서, 전 그대로 돌아 설수가 없었습니다.

"여기 대기실에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서 진료가 빨리 힘들다는 거죠?"

 

저는 돌아 서서 대기실에 앉아 계시는 분들을 향해 무언가 얘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여러분..정말 죄송합니다..."

"저기 앉아 있는 장애인이 바로 저희 형입니다. 그리고 지금 많이 아픕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저희 형이 먼저 진료를...진료를..............."

 

순간 목이 매여 와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쉼 호흡을 길게 하고 다시 말을 할려고 했지만 말을 이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웅성웅성 하던 대기실은 조용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대기실에 계시던 분들과 간호사도 모두 숨을 죽이고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들과 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침묵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들어 갈수 없었기에 저는 마지막 용기를 내어 

"정말 안될까요?"

 

대기실엔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어떤 말도 없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떨군채 형에게로 돌아 왔습니다.

 

형은 몸을 쉴새 없이 흔드는 와중에도 제가 자리에 앉자 제 손을 꽉 잡아 줬습니다. 순간 참았던 눈물이 터져 버렸습니다. 눈물이 날거 같아서 겨우 참고 있었는데, 형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러 버렸습니다.

 

못난 동생이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돌아와 앉는 모습이 바보스러웠는지 , 아니면 그래도 기특해서 인지 형도 울고 있더군요. 그렇게 우리 형제는 서로 끌어 안고 울었습니다..

 

뭐가 선진국이고 , 뭐가 복지국가 인가요?장애인 한 사람 조차 맘 편히 대기할 수 있는 공간도 의자도 없으면서, 일반인들과 똑같이 기다리라고만 하는 이 시공간 속에서 아무것도 해 줄수 없는 제 자신 때문에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 따라 날 잡아 주는 형의 손이 왜 그렇게 따뜻하던지...

  

잠시 후 어떤 아주머니께서 접수처에 가시더니 

우리 형제를 먼저 진료 보게 해드리라고 건의를 하셨는가 보더라구요.

그리고 간호사가 저희 형 이름을 부르더군요. 순간 대기실에 계시는 분들 모두가 아무 말 하지 않으시고 어서 들어가라는 눈빛으로 저희를 바라 보셨습니다. 순간 저는 느꼈습니다. 그 따뜻한 눈빛들을..

그렇게 그날 오신 분들의 배려로 무사히 진료를 잘 마치고 왔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형님 힘드시더라도 우리 사는 날까지 모든 것에 감사히 생각하며 살아가요...다음 생에는 형이 원하는 모든 일 하시면서 행복한 삶 사시길 기도할께요. 비오는날엔 산책도 하시고, 좋은 분 만나 연애도 하시고, 형이 그토록 사랑하는 부모님 모시고 여행도 가시고, 비록 이번 생엔 그러하지 못하셨지만 다음 생엔 꼭 형님이 원하시는 삶을 꼭 사기길 바래요.

꼭 그러시길 바래요. 그리고 이 육신의 옷을 벗는 그날까지 제가 함께 할께요.


여러분, 혹시 공공 장소에서 아니면 여러분이 서 있는 자리 뒤에 장애인분이 계신다면한번쯤 양보...부탁 드립니다.

 

여러분에겐 그저 기다리는 시간일지 몰라도 누구에겐 정말 고통 스러운 시간일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은 배려와 관심이 그들에겐 큰 힘이 되고 기쁨이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돈 빛나는 명예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관심 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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